×톡으로만 대화하는 부부.

저는 와이프입니다.

제목 그대로 언제부터인가 ×톡으로만 대화하고 집에서는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. 그렇게 된 어떤 원인들이 있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뭔가 미적지근하게 넘어가 버리는 남편에게 풀리지 못한 감정들이 꾹꾹 남아있어요.

제가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
남편은 결정도 항상 일방적인데,
제가 결정하는 건 또 서운해 하고 통보하냐고 해요.
눈눈이이 아니었고 남편 스타일이 독립적이라 뭐든
스스로 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저도 그렇게 한거였거든요. 내로남불인가 싶더라구요.

저희 이 톡 사태 시작의 서막은
장모님 생신준비였는데요.

와: 엄마 이번 생신선물 내가 준비하고 오빠가 밥 한끼 사드리는건 어때?

(대답없음…)

다음날 톡으로
남: 장모님 생신선물 사러 이따 같이 가전제품 매장가자.
와: 별말 없길래 내가 준비했는데.(설@수 화장품 삼)
( 대답없음)

집에 일찍 퇴근하고 와서 나갈 채비 하더니 얼른 가자고 해서 뭐지? 싶었지만 따라나섰어요.

가전제품 매장에 가서는 마사지건을 보더니 저게 좋겠다며, 제 어깨에 대보고는 어때? 시원하지? 저거 사야겠다. 라고 하더라구요. 친정엄마 집엔 안마의자도 있고, 어깨에 올려서 하는 맛사지 기계도 있어요. 또 도깨비 방망이 같이 생긴 맛사지 기계도 있구요. 굳이 저걸 또 사나 싶어서 [그런건 엄마댁에 많은데] 라고 말했더니 [ 이건 없으시잖아. 이거 좋대 이걸로 하자 ]라고 하고는 그냥 바로 집어서 계산대에서 계산하더라구요.


뭐든 평소 대화스타일이 저런식이고 저는 말문이 막힙니다. 머릿속에선 정말 생각이 복잡해져요. 그러다 이건 아닌것 같을 때 한마디 하면 [ 아 그래서 어쩌라고 1절만해라] 라며 화를 냅니다. 어느 순간 말하기 싫어지더라구요. 그래서 그 이후로 말을 안하니 다음날 톡으로 [ 니가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. 내가 잘못한것도 없는데 차갑게 대할 문제인지 모르겠어] 라고 보냈길래 [ 내 감정이 당신에게 중요한건지는 모르겠어] 라고 보냈더니 [ 중요하지] 라고 왔는데, 저는 그냥 답장도 안했어요. 피식 하고 헛웃음이 나더라구요. 제가 늘 먼저 다가가 재잘거리던 사람이었는데, 마음이 점점 식고 먼저 말도 하기 싫어요. 어떤 말과 반응일지가 뻔하니 지치고, 저녁먹고 설겆이 딱 하고 잠깐 나가서 아파트 주변 한바퀴 바람쐬며 산책하고 들어와서 자요.

그 이후로는 톡으로만 딱 필요한 이야기 정도만 하고,
집에서도 각자 생활하구요. 차라리 제 시간이 더 생기니 편한것 같기도 하면서, 이게 일상으로 자리잡으면 정말 걷잡을 수 없지 않을까 싶은 불안함도 있어요.

그냥 이렇게 살다보면 또 하나의 고비 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지는건지,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마주치는 경우라 어찌 해야 하는건지 성숙하고 지혜로운 조언 부탁드려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