맛보기 스푼 거지짓하는 친구

저는 스무살 대학생입니다.

지금 학교 앞 젤라또집에서 세달째 알바중입니다.

 

이번 학기에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가 있습니다.

제가 젤라또집에서 알바한다는 말을 듣더니 한번 놀러가겠다고 했어요.

전 당연히 친구가 일하는 가게에 가서 물건도 하나 사고 친구한테 인사도 하고 오는 그런걸 생각했습니다.

 

이 친구가 처음 방문한 날은 굉장히 반갑게 맞아줬습니다.

친구는 맛보기 스푼을 한번 달라고 했어요.

당연히 떠줬습니다.

그런데 맛보기만 네 번을 하면서 수다를 좀 떨더니 이제 가보겠다며 그냥 나가는 겁니다.

어안이벙벙했지만 맛보기를 했으면 꼭 사야한다는 법도 없고 얼떨결에 저도 친구의 뒤에 대고 잘가라고 말하고 보냈습니다.

 

얼마 후 친구가 또 왔습니다.

또 맛보기를 해달라고 하더라구요.

저는 또 지난번처럼 먹튀 아닌 먹튀를 할까봐 긴장했습니다.

이번에도 네 번을 먹더라구요.

심지어 맛보기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좋아하는 맛은 두 번을 먹었습니다.

저희 가게 맛보기 제한이 4회거든요.

그런데 다섯 번째 스푼을 떠달라고 하길래 우리 가게 횟수 제한이 있다고 했습니다.

그러자 어차피 사장님도 없는데 그냥 한번 더 주면 안되냐고 친한척을 해요.

저는 여기 cctv 있다고 했습니다. 또 이맛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걸로 하나 사가라고도 했어요.

그러자 갑자기 상술 미쳤다며 또 이만 가보겠다고 나가버렸습니다.

 

제가 알바도 처음이고 어리버리해서 두 번이나 별 제지도 못하고 가게 물건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어 사장님께 죄송해졌습니다.

얼마 후에 이 친구가 또 왔어요.

정말 제가 무료 아이스크림 급식소라도 된다고 생각하는건지 너무 괘씸했어요.

이 친구와 같이 하는 동아리가 제 스펙에 중요한 활동인데 탈퇴할 생각까지 하고 이날은 한소리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.

친구는 이날도 맛보기를 요구했습니다.

네 번까진 군말 없이 줬어요.

그런데 이번엔 네 번 먹더니 사장님이 저에게 여기 아이스크림 먹어도 된다고 했냐고 물어보더라구요.

된다고 하면 제가 먹는 샘 치고 아예 한 컵 달라고 할 것 같더라구요.

사실 사장님은 먹으라고 하셨지만 저는 그냥 안된다고 하고 바로 따졌습니다.

세 번이나 맛보기만 네 번씩 하고 정작 물건은 사지도 않고 같은 맛 몇 번씩 먹고 더 달라고 하는게 솔직히 좀 그렇다, 나도 매번 네가 안살걸 알면서 맛보기만 퍼줄 순 없다, 아이스크림을 사가거나 계속 이렇게 조금씩 얻어먹기만 할거면 다음부턴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도로 말했습니다.

저는 친구가 길길이 화낼걸 예상하고 말한 거였어요.

그런데 그렇지 않았어요.. 이 친구 반응에 정말 놀라서 무서울 정도였습니다.

뭘 그렇게 정없이 구냐며 친구인데 그정도는 해도 된다고 합니다. 마치 사회 선배로서 절 가르치기라도 하는 태도였어요.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거랍니다.

그리고 전혀 기분 상한 기색도 없이 웃으면서 다음에 또 오겠다며 나갔습니다.

 

저는 일단 그렇게 맛보기를 네 번씩이나 달라고 하는 것도 염치가 없어서 못할 것 같아요.

맛보기를 했으면 눈치가 보여서라도 뭐 하나 사서 나올 것 같구요.

심지어 저런 태도를 지적당하면 너무 창피할 것 같거든요.

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다시 온다고 할 수 있는지 정말 무서울 지경입니다.

친구한테 저렇게 따지고 나니까 그제야 친구가 가게 리뷰라도 악의적으로 나쁘게 쓰면 어쩌지 싶기도 하구요.

또 와서 달라고 하면 매장에서 말싸움이라도 하면서 못준다고 해야하는건지..

일단 사장님께 말씀드려 볼건데 참 저도 사장님께 겸연쩍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심란해요..